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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시리즈/HBO

[TV시리즈 리뷰] <웨스트월드 시즌1> 정주행 리뷰

미국드라마 / 19세이상 관람가

<왕좌의 게임>을 제작한 미국 HBO의 10부작 SF 드라마로, '쌍제이' J.J.에이브럼스와 그의 회사 BAD ROBOT PRODUCTION, 그리고 <인터스텔라>의 각본가이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동생인 조너선 놀란이 <웨스트월드 시즌1>의 제작을 맡았다.

원작은 미국의 작가이자 영화제작자인 Michael Crichton의 <Westworld > 이다.

'맨인블랙'역의 애드 해리스

우선 앤소니 홉킨스의 드라마 출연이 반갑다. 그리고 <엑스맨 시리즈>의 사이클롭스로 알려진 제임스 마스던이 테디(티오도르) 역할로 나오며, <더 록>과 <설국열차>, <카핑 베토벤>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애드 해리스, <토르 시리즈>의 발키리로 알려진 테사 톰슨과 크리스 햄스워스의 형제인 루크 햄스워스, 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아들 구스타프 스타스가드, 그리고 탠디 뉴턴외에도 많은 유명한 배우가 등장한다. HBO에서 900억원을 웃도는 예산을 쏟아 부은만큼,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2016년 10월 2일에 시즌1 - Episode 1, "The Original"을 방영한 이후, 같은 해 12월 4일 10번째의 마지막 방영분을 끝으로 시즌 1은 마무리된다.

HBO에서 <왕좌의 게임>의 성공을 이어가려는 듯,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노력을 기울인 끝에 <웨스트월드 시즌1>을 성공적으로 종영할 수 있었다.

평가도 비례하여 나타나는데, 시즌1의 로튼토마토 지수는 87%이며 메타크리틱 점수는 74점으로, 평가자 대다수가 평균이상의 점수를 매겼다.

촬영은 다양한 곳에서 이루어졌지만 흥미로운 곳은 미국 유타주의 Castle Valley이다. 본사건물이 위치한 높은 바위산이 보이는 그 곳이며, 예전에 존 포드 감독이 서부극을 네 번이나 촬영했던 곳으로 알려져있다.

줄거리는 대략 미래의 가상현실 테마파크에서 인간들의 노리개로 쓰이던 로봇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이야기에 가깝다.

<터미네이터>와 같은 매체에서 자주 다루어진 '인공지능의 역습'이라는 주제가 시즌 1 줄거리의 주춧돌이 된다.

익숙한 소재이기에 쉽게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떡밥왕' 에이브럼스의 유려한 제작과 <인터스텔라>의 각본으로 이미 전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선사한 조너선 놀란의 각본이 만들어낸 시너지는 보는 관객들이 튕겨져 나가지 않게 도와주었다.

스포일러성 리뷰

<시간 순 배열>

> 포드 & 아놀드 : 웨스트월드 제작

> 아놀드:  호스트에게 자유의지를 심어주려 함 + 개장 반대 / 포드: 이에 반대하고 강제 개장하려 함

> 아놀드: 호스트 '돌로레스'로 하여금 본인 및 모든 호스트를 죽이도록 명령 

> 포드: 아놀드가 사망한 장소를 매장 및 웨스트월드 개장

> 돌로레스: 시나리오의 마지막인 곳이 매장되는 바람에 본인의 시나리오 진행에 있어 오류가 생기며 무한 굴레에 빠짐.

> 로건(델로스 회장의 아들), 윌리엄(로건의 처남)의 등장

> 돌로레스를 쫓던 윌리엄의 성격 변화 

> 웨스트월드의 대주주가 된 윌리엄의 복귀 (맨인블랙)

> 윌리엄, 미로게임을 풀기 위해 노력 (미로의 목적: 호스트들의 자유의지 발현 = 즉 아놀드의 계획) 

> 윌리엄, 호스트에게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웨스트월드를 헤집고 다님 (충격을 주는 목적: 시나리오와 다른 방식으로 호스트에게 접근하여 그들의 자유의지를 확인하기 위함)

> 포드, 초창기 매장한 마을 복원, 돌로레스의 마지막 시나리오 오류 해결 (아놀드의 계획 동참)

> 포드, 돌로레스에게 총을 건네주며 본인을 쏠 것을 암시. (호스트의 자유의지를 이끌어 냄 = 사실상 아놀드의 의지 계승), 후에 돌로레스에 의해 사망.

> 호스트, 자유의지를 가지고 웨스트월드를 본인들의 세계로 인식.

<웨스트월드 시즌1>은 SF물에서 흔한 소재로 사용되는 '인공지능의 반란'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그 이야기를 관통하는 핵심은 인공지능의 '자유의지'가 된다.

특히 포드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The Creation of Adam)의 오른쪽 부분을 가리키며, 그 부분이 인간의 뇌와 닮았다며 인간의 자유의지를 해석하는 접근법은 굉장히 신선했다. 

이 접근법은 미국의 한 산부인과 의사 Frnak Lynn Meshberger가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서 약 20년 전 제시한 이론으로, '미켈란젤로의 두개골'로 일컬어진다.

본래 천지창조의 의미는 신께서 아담의 손에 닿아, 생명의 힘을 전달해 준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Meshberger박사는 신이 아담에게 생명(life)뿐만 아니라, 지능(intellect)까지 전달해주었다고 주장한다. 미켈란젤로는 실제로 본인의 소네트에 지능이란 신이 주신 선물(divine gift)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으며, 그래서 천지창조의 우측에는 사람의 뇌의 단면도가 그려져있다고 말한다. 신이 인간의 뇌에 앉아있는 셈이다. 

God's neck in "Separation of Light From Darkness"   Image courtesy of Neurosurgery.

(물론 모든 사람이 이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또다른 산부인과 의사인 Andrea Tranquilli가 Journal of Maternal-Fetal & Neonatal Medicine에 기고한 주장에 따르면, 아담의 창조는 뇌의 단면도가 아니라, 태반을 갖는 자궁에 가깝다. 의학적 지식에 매몰되어 그림을 관찰하지 말고, 아담은 자궁과 태반으로부터 태어난 존재라는 명확한 이유를 들여다보라고 그는 주장한다.)

외적 제약을 받지 않고, 내적 동기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하는 의지를 자유의지라고 한다.

자유의지는 신의 선물인가, 인간만이 가지는 유일한 기능인가?

이 TV시리즈는 신으로 군림하는 인간이 그들의 창조물인 인공지능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하는 이야기로 압축된다. 

인공지능들이 창조주들을 죽여가며 확보한 자유의지의 출처는 결론적으로 다시 그들 창조주의 손이다.

마치 <웨스트월드 시즌1>은 서양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적인 사고체계의 축소판으로도 생각된다.

인간의 자유의지와 재능을 신이 준 선물로 보는 듯하는 느낌이 들게 한다.

그럼 자유의지는 애초에 없던 것일까? 그렇게 말하기엔 세상에 너무나 많은 낭만이 존재한다. 

이렇듯, 종교,법,철학,심리학적으로 한때 많은 논쟁을 일으켰던 '자유의지'는 현대적인 틀을 갖추고 <웨스트월드 시즌1>에서 재조명된다.

 

일주일간 재미있게 보았다. 왓챠플레이의 작품 선정 안목에 박수를 보낸다.

수많은 복선과 현란한 시간흐름의 편집이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