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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해외영화

[영화리뷰] <브루클린> - 터전의 봄, 고향의 가을.

줄거리

아일랜드 시골에서 뉴욕 브루클린으로 이민 온 엘리스는 이방인으로서 미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애쓴다. 그녀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토니와 사랑에 빠지지만, 언니의 죽음으로 다시 아일랜드로 돌아온다.

 

<브루클린>은 아일랜드 작가 Colm Toibin의 2009년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스포일러성 리뷰>

두 곳의 나라, 두 명의 사람, 하나의 심장. 

 

<브루클린>은 아일랜드에서 미국 뉴욕으로 넘어온 이민자 에일리스의 정착 과정을 다룬다.

 

에일리스는 시행착오를 거쳐 미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되지만, 잠시 돌아갔던 아일랜드에서 또 다른 매력을 느낀다.

 

두 군데의 보금자리, 두 명의 사람이 주는 온기를 놓고 에일리스는 많은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결심을 내린다.

에일리스에게 브루클린은 제 2의 터전이지만, 그곳의 삶은 온전한 본인만의 것이다.

 

날갯짓에 지친 도중 쉬어갈 수 있는 부모의 둥지가 아닌, 고공을 활주하며 풍경을 관조하게 하는 심리적 안식처다.

 

동시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살아가게하는 일터이기도 하다. 봄처럼 모든 것이 새롭고 힘차게 출발한다.

 

집안끼리의 얽힌 사정도, 일면식도, 이해관계도 없는 사람이 나를 온전히 소중하게 여겨주는 기쁨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 사람 역시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이민자 세대로, 에일리스가 겪는 많은 공감대와 고초를 함께 한다.

 

이제는 이 곳이 에일리스의 고향이다. 

에일리스에게 아일랜드는 뿌리다. 발아의 장소다. 하지만 만개한 곳은 아니다.

 

책임감을 덜어낸 채 부모의 둥지에서 쉬어갈 수 있는 영혼의 안식처로 작용한다. 

 

또, 많은 관계가 얽히고 설킨 사람들끼리 약속된 플레이를 해나가는, 잘 차려진 식사 테이블이다.

 

그리고 든든한 지원자였던 언니가 묻힌 묘를 가까이서 보살필 수 있는 곳이다.

 

물론 동생을 미국에 보내려 애쓰던 언니가 이를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일랜드에서는 마치 가을의 낙엽처럼 정해진 규칙에 맞춰 모든 것이 흘러간다.

 

아름다워 보이지만 끝내 낙하하고 말 것임을 안다.

 

싱그런 생기가 주는 아름다움이 아닌, 노련한 관록이 주는 아름다움인 것이다.

정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던 에일리시처럼, 본가에 에일리시를 보내고 걱정하던 토니처럼.

 

에일리시의 조언대로, 그리운 것은 견디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

 

그러기에 그리움의 과정이 더 애틋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듯하다.

지금의 브루클린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지만, <브루클린>을 통해 이전의 미국이 누렸던 '이민자들의 나라, 자유의 국가, 기회의 땅, 바쁜 도시'의 이미지를 엿볼 수 있었다.

 

멋진 영화를 만들어준 <캐롤> 제작진의 노고에 감사하다.

작년 초, 추운 겨울 DTBK에서 묵으며 브루클린 거리를 다닌 기억이 난다.

 

지금 미국의 사태에 견주어 돌이켜보면, 그건 너무나 가슴아픈 평온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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