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해외영화

[영화리뷰]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 미국판 <접속>, 아날로그식 로맨스

줄거리

지금 운명적인 사랑을 하고 있나요?
올 겨울, 사랑에 빠지는 마법 같은 순간을 만난다!

 

 

<스포일러성 리뷰>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제목 번역마저 유려하게 이루어진 이 영화는 마치 한국의 <접속>처럼 실제로 만난 적이 없지만 연애에 임박한, 두 순수한 남녀를 그린다. 

 

샘 볼드윈으로 분한 톰 행크스는 아내와 사별하고 하루 하루를 그의 말대로, "들숨과 날숨만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아들 조나는 그런 아버지를 위해 라디오에 사연을 투고하며 새엄마 찾기 프로젝트를 펼치고, 우여곡절을 거쳐 마침내 애니로 분한 맥 라이언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전망대에서 마주하게 된다.

 

이는 1957년 케리 그랜트 주연의 <러브 어페어>를 차용한 것으로, 노라 에프론 감독은 작품 내 많은 부분을 <러브 어페어>의 오마쥬에 할애한다. 

좋은 멜로 영화는 많이 나와있다. 유명한 영화만 보더라도, 로맨스의 애절함을 그보다 더 잘 표현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닉 카사베티스 감독의 <노트북>, 로맨스를 통해 한 사람이 살아가야 할 인생에 대한 깨달음까지 얹어주는 리처드 커티스 감독의 <어바웃 타임>, 연애의 초반부터 후반을 조망하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시리즈>까지.

 

그 만큼의 흡입력을 기대하고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관람한 것은 아니었다.  작품의 개연성도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고, 후반으로 갈수록 몰입감을 유지하지 못하는 점도 상당히 아쉬웠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꽤나 재밌게 보았는데, 다른 멜로영화와는 다르게 90년대의 감성으로 무장한 채 순진하고 투명한 로맨스를 주무기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었다.

톰 행크스는 같은 해에 개봉한 <필라델피아>와 굉장히 유사한 얼굴을 보여주지만, 그 느낌은 꽤나 달랐다. 물론 <필라델피아>의 에이즈 변호사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 톰 행크스이지만, 아내를 잃은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해 슬퍼하고 싱글대디로서, 직장인으로서 또 다른 최선을 다하는 남자를 연기하는 샘의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다.

 

그는 현실과 어느정도 타협을 한다. 그렇지만 안타까운 자신의 현실을 핑계삼지는 않는다. 톰 행크스라는 배우로서 연기한 샘 볼드윈은 서로 최고의 싱크로율을 자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필라델피아>에서의 톰 행크스.

맥 라이언은 <접속>의 전도연과 꽤나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지켜보는 나에게는 <접속>의 수현역을 했던 전도연만큼의 애절함이 동하지 않았다.

 

그녀 나름대로의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이 꾸준히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일까, 마지막에 가서야 배수진을 친 채 극적 긴장감을 굳이 조성해보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번듯한 직장과, 좋은 집안을 가진 여자로서, 만나본 적도 없는 아이가 딸린 기혼남성과 결혼을 전제로 연애한다는 것은 굉장히 큰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나는 맥 라이언의 애니에 몰입하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맥주와 함께 이 영화의 순수함에 빠져든 두 시간여의 행복한 새벽은 기억에 남는다.

 

ⓒ네이버영화, TM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