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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해외영화

[영화리뷰] <아메리칸 뷰티> - 뷰티 인사이드

줄거리

좌절감으로 가득 찬 잡지사 직원 레스터 번햄은 하루하루를 무기력 속에서 살아간다. 부동산 소개업자로 일하는 아내 케롤린은 수완가이자 완벽주의를 외치며 물질만능의 길을 추구한다. 둘의 결혼생활은 단지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형식일뿐이고, 외동딸 제인은 아버지가 사라져 주길 바랄 정도로 레스터를 미워한다. 제인의 학교를 방문한 레스터는 딸의 친구 안젤라를 보는 순간 한 눈에 욕정을 품게 된다. 레스터는 기억 속에서 이미 사라진 자신의 소년기를 회복하려는 듯 자유를 추구하기 시작한다.

<스포일러성 리뷰>

제7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촬영상 5관왕을 달성한 명작.

 

<아메리칸 뷰티>는 '만들어진' 단란한 미국 가정의 이미지의 허상을 송곳처럼 꿰뚫으며, 스스로의 삶에 어떻게 아름다움을 부여할 수 있는지를 말한다.

<아메리칸 뷰티>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바람직한 형상은 아니다. 

 

성(性)을 탐닉하는 중년의 남성, 물질만능주의와 기회주의에 잠식된 히스테리성의 중년 여성, 관심과 애정이 결여된 사춘기의 딸과 허세에 가득찬 딸의 친구, 폭력적이고 고지식한 옆집 중년 남성과 그의 과도한 가정 통제로 인해 이상해진 아들까지, 정상적인 주인공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은 양초를 켜두고 클래식을 들으며 품위있는 식사를 하는 집처럼 보인다. 잡지사에 다니는 남편과 지역 공인중개사인 아내가 이끌어가는 남부럽지 않은 중상위 계층의 생활이 어떤 생활인지 보여준다. 하지만 작품을 진행시켜가며, 그들의 실상은 아름답지 않다는 점을 꼬집는다.

특히 인상깊었던 점은, 부녀가 싸우는 장면에서 두 사람이 창문 틀을 통해 나뉘어지게 찍었는데, 이는 <기생충>의 문광이 테라스에서 잠든 연교를 박수 쳐 깨우는 장면을 찍을 때 창틀로 그들의 사회적 위치를 구분한 씬이 떠오르게 한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밀양>에서 아이를 잃고 울부짖으며 도움을 청하러 정비소에 도착한 전도연을, 창문을 통해 안쪽의 송강호와 구분지어 찍음으로써 개인의 문제는 남에게 전가할 수 없다는 점을 설명하던 장면도 떠오르게 한다. 

이 가정은 미국 가정의 만들어진 아름다움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Amercian Family"를 구글에 검색하면 위와 같은 종류의 사진이 줄을 서 있는데, <아메리칸 뷰티>는 이러한 관념을 완전히 반격한다.

 

레프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에서 "모든 행복한 가정은 같은 이유로 행복하다. 하지만 모든 불행한 가정은 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라고 말했다. 

 

그 기저에는 단순한 마음의 변화에서부터 성적인 불만족, 외도, 과한 물질욕과 성공욕, 애정결핍, 자존감의 결여 등, 무수한 원인들이 있을 것이다.

 

연출가로 유명한 샘 멘데스 감독은 이러한 원인들을 극 중 적절히 배합하는 데 성공한다. 이를 통해 미국 가정에 대한 전형적인 관념이 가지고 있던 허상을 날카롭게 뒤틀면서, 그 안에서 개인은 과연 어떤 의미인지 고민한다. 

개인은 관심과 애정을 갈망하는 존재인 동시에, 스스로에게 또는 남들에게 충족적이고 풍부한 존재로 남고 싶어한다. 남에게 아름다워 보이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내면의 아름다움은? 

 

이 영화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내세우며 마케팅했지만 결국 '외면의 아름다움'이 전부였던 <뷰티 인사이드>와 같은 영화가 갖는 깊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는 레스터가 안젤라의 처녀성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레스터는 외적인 아름다움을 차지하는 Lucky Guy가 될 수도 있었지만, 서로의 내면적 아름다움을 지켜주는 방향을 선택하며 어쩌면 Gigantic Loser가 될 수도 있는 길을 간다.

사람들은 미국 가정의 외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그만 말하라. American Beauty는 허상이고 사기다.

 

모든 가정과 개인은 나름대로의 지저분함이 있지만 아름다움도 함께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마음 속에 있다.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에서 느꼈던 카메라의 생동감있는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영화다.

 

 

'막장'을 다루는 이야기지만 낭만적이다. 마치 빨간 맛 <가을의 전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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