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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해외영화

[영화리뷰] <다크 워터스> - 인류의 99%는 이미 오염되었다.

줄거리

인류의 99%는 이미 중독되었다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의 충격 고발 실화

 젖소 190마리의 떼죽음
 메스꺼움과 고열에 시달리는 사람들
 기형아들의 출생
 그리고, 한 마을에 퍼지기 시작한 중증 질병들...
 
 대기업의 변호를 담당하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 ‘롭 빌럿’(마크 러팔로)은
 세계 최대의 화학기업 듀폰의 독성 폐기물질(PFOA) 유출 사실을 폭로한다.
 그는 사건을 파헤칠수록 독성 물질이 프라이팬부터 콘택트렌즈, 아기 매트까지
 우리 일상 속에 침투해 있다는 끔찍한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커리어는 물론 아내 ‘사라’(앤 해서웨이)와 가족들,
 모든 것을 건 용기 있는 싸움을 시작한다.
 
 대한민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현재진행형 실화가 공개된다

<스포일러성 리뷰>

<캐롤>감독이 <다크 워터스>로 돌아왔다. 

 

이 영화는 <스포트라이트>처럼 고발영화의 형태를 띄는데, 흥미롭게도 마크 러팔로가 두 작품 모두 출연한다.

 

마크 러팔로는 2016년 NY TIMES의 보도를 통해 이 사건을 알게 되었고, 직접 각본까지 써서 토드 헤인즈 감독에게 보내는 등 많은 관심과 노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Mother Jones

마크 러팔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미국 내에서 유명한 환경운동가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헐크를 연기하는 그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환경을 보호하려는 협력과 그에 대한 교육이다."라며, 환경운동과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인물이다.

 

그의 MCU에서의 슈퍼히어로적 면모는 조금 접어두었지만, 작중 변호사 롭을 연기할 때 그의 영웅다움이 나타났다. 헐크답지 않은 차분함과 논리력으로 지구를 구하는 점이 조금 다르지만.

 

작품의 이야기는 간략히 다음과 같다.

 

미국 델라웨어 주에 적을 둔 화학기업 듀폰은 (라이터 회사와 다른 회사) 인체에 유독한 물질을 개발, 시중에 유통하였고 많은 피해자가 나타난다. 하지만 그들이 발생시킨 유독성, 환경오염과 부작용 등을 인정하지 않고 버틴다. 

 

이 영화는 그 유해물질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 및 배상할 것을 요구하는 변호사 롭 빌럿 및 피해자측과,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은폐하고 조작하려는 거대 기업 듀폰 측의 법정싸움이다.

그 물질은 바로 "PFOA"라고 불리는 과불화옥탄산이다. PFOA는 PFAS(과불화합물)의 한 종류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학술자료 "PFOA 및 PFOS 위해평가"를 보면, 이 PFOA라는 것이 왜 유해한지를 알 수 있다. 

 

["테프론"이란 상표로 널리 알려진 불소수지는 프라이팬 바닥 등의 코팅제로 널리 쓰이는 물질이다. 프라이팬 코팅과정에서 과불화합물이 사용 되고는 하는데 이 성분에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불화합물은 탄소와 불소의 강한 공유결합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 잘 분해되지 않고 열에 강해 1950년대부터 다양한 산업 및 생활용품에 사용 되고 있다. 가죽 및 자동차의 표면처리제, 테프론이 코팅된 조리기구, 종이나 랩 등의 즉석식품 포장재 등에 들어있다.

과불화합물은 17종 이상의 대사체 및 분해산물이 있는데, 이 중 과불화옥탄산(PFOA)과 과불화 옥탄술폰산(PFOS)이 대표적이다. 이 두 물질은 환경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한 PFAS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면, 신체의 면역력이 크게 떨어지며 암을 유발하고, 간과 생식 능력이 많은 악영향을 받게 된다. 자연적 분해마저 잘 되지 않는다.

작중 등장한 MBC 엄기영 앵커

하지만 저렇게 전쟁 당시 탱크 방수코팅을 하던 물질은 가정 내에서 쓰이는 물건들에 코팅되기 시작한다.

 

생활용품과 취사도구에 세계적으로 사용되며, 지구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PFOA에 노출되었다.

 

물론 한국사람 역시 포함되나 다행스러운 점은, 한국은 유럽에 비해 노출이 적게 된 편이며, 당장 이웃나라 일본에 비해서도 노출량이 적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테팔(TEFAL)도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 일명 "Teflon"과 Aluminium을 합친 말이다.

 

(하지만 PFOA가 세계적으로 유통될 때, TEFAL사는 가장 먼저 제품에서 PFOA를 제거한 회사다. 그리고 회사와는 이해관계가 없는 연구소의 까다로운 심사기준 아래 제품을 생산하고 검수한다고 한다.)

듀폰은 꿋꿋하게 저항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당사의 모든 책임과 과실을 인정했고, 미 법정은 2017년, 8000억원여의 배상금을 듀폰에 선고했다. 

 

하지만 비슷한 화학물질은 아직 수천가지에 이르고, 그것이 왜 유해한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그것을 규제할 법과 제도는 마련되어있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Times에 따르면, 변호사 롭은 3M, 아케마, 케무어스 등 다른 화학회사와도 여전히 싸움을 벌이고 있이다.

 

작중에서도 PFOA와 같은 화학물질이 수천가지나 되며, 자신이 다룬 PFOA는 단지 그 화학물질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실화라서 더 영화같은 이런 류의 이야기는 밀양 송전탑 사건이라든지,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한국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꽤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코로나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면서, 집에서 넷플릭스로 <나르코스> 시리즈를 챙겨보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나르코스>의 마약상처럼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자들과, <다크 워터스>에서 다루는 몇몇 화학기업들이 근본적으로 다른점은 없는 것 같다.

 

단지 법의 테두리 아래에서 합법적으로 돈을 버느냐 아니냐의 문제일 뿐이다.

 

이윤을 창출하더라도 그 이윤의 원천은 국민과 국가다. 법 아래 보호받고 국민의 소비아래 기업은 성장한다.  CSR같은 개념이 생겨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런 점에서 듀폰은 국민과 소비자를 우롱하고 기만했다. 매수와 압력을 통해 법 위에서 군림하려고 했다.

 

현재 듀폰과 같은 다른 회사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그들이 수치심을 느끼기를 바란다.

다른 한편으로, 국민과 국가보다 우선하는 이윤의 원천은 자연이다. 모든 존재는 자연아래 보호받고 자연아래 성장한다. 

 

인터스텔라에서 "이 땅이 우리를 배반할 줄은 몰랐으니까"라는 대사가 나온다.

 

Mother Nature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무조건적인 헌신과 사랑을 인류에게 준다는 보장은 없다. 개인 단위의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아야 할 때다.

앤 해서웨이에 대해서가 아닌, 역할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어 이야기하려 한다.

 

작중 앤 해서웨이는 롭의 아내 사라역으로 등장한다.

 

워낙 마크 러팔로와 듀폰 사건 자체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다보니, 앤 해서웨이의 존재감과 역할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으로 전락한다. 

 

그녀는 과거에 남편과 같은 법률가였지만, 자녀로 인해 일을 그만두고 가사에 전념하고 있다. 그래서 줄거리만 봤을 때, 부부가 합심하여 법과 관련된 성취를 이룰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그저 로날드 레이건과 아빠부시 재임기간때의 전형적인 20세기 미국 가정에서 바깥일하는 남편에게 내조하는 Housewife처럼 설정해둔 느낌이 든다. 머리 스타일도 그렇고.

 

엄청난 네임밸류를 가진 앤 해서웨이를, 그리고 똑 부러지고 말괄량이같은 느낌의 앤 해서웨이를 느닷없이 조신하고 헌신적인 아내의 이미지에 끼워맞추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품 내 연기와 분위기는 괜찮았지만, 애당초 내가 느껴온 앤 해서웨이의 이미지와 너무 달라, 작품의 사라가 보여주는 이미지에 앤 해서웨이가 억지로 들어가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캐스팅과 배역이 언밸런스했다는 점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세상엔 나쁜 놈들이 너무 많다. 특히 돈 많은 놈 중에는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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