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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해외영화

[영화리뷰] <사랑의 행로> - 발산과 수렴의 사랑

줄거리

전혀 닮지도 않고 성격도 반대인 프랭크(보 브리지스 분)와 잭(제프 브리지스 분)은 '전설적인 베이커 형제'라는 팀명을 갖고 삼류클럽을 전전하는 피아노 연주자이다.

매사에 낙천적이며 유머가 있는 프랭크는 동생 잭과 가정을 돌보는 평범한 가장이다.

잭은 자신의 천재적인 재능을 접어두고 싸구려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그를 지탱해 주는 것은 피아노 연주자라는 자존심이다.

15년 동안의 이들의 변함없는 모습에 손님들의 관심을 끌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이들은 여가수를 기용하여 팀의 변화를 시도하려 한다.

형편없는 가수지망생들에게 계속 실망하고 있을때, 콜걸 출신의 수지(미쉘 파이퍼 분)라는 여자가 나타나 이들을 휘어잡는다.

수지의 합류로 그들의 쇼는 성공을 거듭하고 일류 클럽에서도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다. 그들은 큰 호텔에서 성공적인 신년 축하쇼를 마친다.

이때 프랭크의 집에서 큰 사고가 발생하여 프랭크가 공연도중 집으로 돌아가고, 잭과 수지는 신년맞이 쇼를 준비하기 위하여 그 호텔에 계속 머물게 되는데....

<스포일러성 리뷰>

제목이 초월번역이다. <사랑의 행로>는 <The Fabulous Baker Boys>라는 제목에 꼭 필요한 인공호흡을 불어 넣었다.

 

<전설적인 베이커 형제>라는 너무 재미없는 원제에 비하면 한글판 제목은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사실 제목 자체가 스포일러기도 하다. 이 영화는 두 종류의 사랑을 다루고, 그것의 행로를 이야기 한다.

두 가지의 사랑과 그 행로에 대해 이야기하기 앞서 최고의 캐스팅을 칭찬하고 싶다.

 

우선 제프 & 보 브리지스는 실제 형제 관계로, 극중에서도 현실 케미를 보여주며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

 

수지 다이아몬드 역할에는 마돈나, 데브라 윙거, 브룩 쉴즈, 조디 포스터 등이 후보에 올랐다.

필모그래피 두 번째 작품 <스카페이스>의 미셸 파이퍼

하지만 수지 역할은 미셸 파이퍼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그 캐스팅은 아직도 우리의 눈에 미셸 파이퍼를 아른거리게 하는데에 일조했다.

 

그녀는 모든 무대에서 차이를 만들어냈지만, 아직도 Frankie ValliCan't take my eyes off you는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현재는 <앤트맨과 와스프>의 엄마 와스프 역할로 자리매김한 미셸 파이퍼. <스카페이스>에서 눈을 뗄 수 없던 것처럼 <사랑의 행로>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준다.

<사랑의 행로>에서 말하는 첫 번째 사랑의 행로란, 마치 장난감 탁구채같다. 

 

탁구공과 실로 연결되어 있는 장난감 탁구채는, 정해진 곳으로만 튄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것을 만지작거리다가 수지에게 찾아간 잭처럼 말이다.

 

달려있는 탁구공은 정확한 방향으로 튀지는 않지만, 정해진 곳을 향해 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사람의 인생은 알 수 없다.

 

수지가 콜걸에서. 호텔 라운지에서 재즈를 부르다가, 광고 녹음실에서 고양이 사료 광고를 녹음하게 된 것처럼.

하지만 사랑은 하나의 행로를 타고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확한 곳을 명시하지는 않기에 인생과 마찬가지로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 행로는 하나의 대상을 향해 있다.

 

이렇듯, 우리는 본인으로부터 발산하는 사랑을 그들로부터 보게 된다.

<사랑의 행로>에서 말하는 두 번째 사랑의 행로는, 피아노 합주처럼 느껴진다.

 

프랭크와 잭의 형제애와, 함께 동업해온 세월동안 쌓인 우정을 두 번째 사랑의 행로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연주는 시작과 끝이 있고, 듀오로 연주한다면 함께 연주해야 할 구간과 따로 연주하지만 화음이 되는 구간이 있다.

 

그들은 훌륭한 합주를 매일같이 해내지만, 남들은 눈치채지 못하는 불협화음을 내거나, 박자 실수를 하기도 한다.

 

듀오의 어긋난 박자와 화음처럼, 형제의 관계도 가끔은 어긋나기 마련이다.

형제끼리도 불협화음을 내며, 서로를 대할 때 실수를 하기도 한다. 성격이 다르고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함께 있을 때 가장 멋진 곡을 연주할 수 있다. 그리고 튜닝을 하듯이, 어긋나더라도 금세 맞춰진다.

 

그들이 형제를 사랑하는 방식, 즉 그들의 사랑의 행로는 합주를 함으로써 완성된다.

 

이렇듯, 프랭크와 잭으로부터 우리는 그들의 수렴하는 사랑을 보게 된다.

마지막에 위스키 한 잔을 두고 객원가수가 아닌 두 형제가 함께 연주하며 부르는 듀엣곡은 영화의 모든 곡을 통틀어 가장 뭉클하고도 뿌듯한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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