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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해외영화

[영화리뷰] <올드 가드> - 액션판 <맨 프럼 어스>, 여성판 <로건>

줄거리

오랜 시간을 거치며 세상의 어둠과 맞서운 불멸의 존재들이 세계를 수호하기 위해 또다시 힘을 합쳐 위기와 싸워나가는 이야기

<스포일러 없는 리뷰>

킬링타임용 팝콘무비. Netflix적 감성을 토대로 <맨 프럼 어스>의 세계관을 이어받은 듯한 스토리.

 

게다가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액션 장르의 맨틀을 뚫고 나온 여성 액션물이다. 

남녀의 차이는 분명 생물학적으로 다르기에, 액션과 같이 몸을 사용하는 경우 영화가 주는 파괴력이 분명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남자축구를 보다가 여자축구를 보면 템포가 느려보인다. 남자골프에 비해 여자골프를 볼 때, 드라이브의 비거리, 타격감이 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총기를 사용하는 현대 액션물은 그 차이점을 상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적용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의 중심에는 샤를리즈 테론이 있다.

<올드 가드>에서는 여장부 캐릭터의 줄기를 잇는, 현재 독보적 인지도를 자랑하는 그녀의 존재감을 엿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밤쉘>에서 본 이후 오래지 않아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기도 했다.

<밤쉘>의 샤를리즈 테론

올드 가드는 <맨 프럼 어스>의 '해리'처럼 죽지않는, '불멸의 인간'들로 이루어진 전투 스쿼드다.

 

'앤디'역의 샤를리즈 테론은 불멸자들의 군대를 이끌며 인류를 수호하기 위한 각종 작전을 벌이다가, 그들을 위협하는 세력과 맞서게 된다.

 

이렇게 적으니 초등학생용 애니메이션의 줄거리 내지는 왕좌의 게임의 백귀부대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는 조금 더 구체적이고 이성적이다.

<맨 프럼 어스>의 해리

이 영화를 칭찬하기 전에, 먼저 단점을 이야기 하고 싶다. <올드 가드>는 액션물 및 히어로물이 가지는 명확한 아쉬움이 존재한다.

 

우선, 예상처럼 흘러가는 영화의 진행방식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탈할 것이다.

 

그리고 흥미로운 소재를 채택하고도 그것을 액션으로 풀어버리는 바람에, 그 주제가 가진 의미마저 가벼워 보이게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로건>과 같은 영화를 즐기는 관객의 눈에는 다소 시시하게 보일 수 있다.

 

또한, 키아누 리브스, 견자단, 제이슨 스타뎀의 타격감을 즐긴다면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는 액션영화임은 사실이다.

<로건>의 로건, 휴 잭맨

하지만 좋은 점도 적지 않다. 근래 액션 영화 중에서는 썩 괜찮은 영화다.

 

주인공에만 몰입되는 기존의 슈퍼히어로물적 시선으로부터, <올드 가드>는 한 걸음 진보했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이 영화는 '타자의 시선'을 고려하는 액션/히어로 영화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아이언맨

평생을 죽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단연 주변의 사람을 먼저 보낼 터, 이것은 기존의 액션 및 히어로 영화에서 크게 고려되지 않았던 사항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의 아이언맨의 죽음과는 다르게, <올드 가드>는 장면 한 컷에 이를 할애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액션영화에서 전체적 스토리를 관통하는 두 번째 주제는 '공감'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주제는 당연히 액션.)

<올드 가드> 촬영 장면

'빠르고 정확한 판단'으로 대표되는 남성 중심적 액션의 특징을 부각시키지 않는 대신, 여성 중심적 서사방식을 취하며 이해와 공감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 분야에서 선구자였던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로건>처럼, <올드 가드>는 단순한 총기난사 액션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밝힌다.

 

 

*사실 이렇게 남, 여 스타일의 영화적 특징을 나누는 것조차 성차별일 수 있겠다.

 

그러나 이 글에서만큼은 기존 액션 영화들의 누적된 집합이 제시하는 분류를 편의상 따라가고자 한다.

특히, <올드 가드>가 다른 영화에 비해 좋았던 점은, 현재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PC'(Political Correctness), 즉 '정치적 올바름'의 적절한 이행에 있다. 

 

PC를 성실히 적용해 가면서, 동시에 스토리라인과 작품의 완성도에 결함을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여태껏 PC의 과몰입으로 인한 배역과 스토리의 파괴를 보여준 영화를 셀 수 없이 확인해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올드 가드>의 지나-프린스 바이스우드 감독은 이 문제를 분명 인지하는 인물인 듯하다.

 

다양한 인종의 배역을 영화 내용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이 우선 훌륭하다,

 

그리고, 그 배역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고정되지 않은 성(性)역할에 대한 감독 나름의 주제를 시사한다.

 

그 과정을 거북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을텐데, 오히려 매끄럽게 이야기를 진행하며 주제까지 제시한다는 점에서 놀랍다.

기존의 래디컬 페미니즘 또는 NAACP의 영향을 유독 '과하게 받은' 영화들은 보기 민망스러울 정도로 편파적이었다.

 

그 이유는 메인(여성을 포함하는 사회적 약자계층)을 높게 띄우는 점에서가 결코 아니다. 메인은 띄울수록 사람들의 인식에 깊게 새겨지니 오히려 교육적인 이유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서브(남성을 포함하는 기존의 기득권계층)의 활용이다. 일부 영화들은 단지 '반사효과'를 노린다는 이유로, 서브를 심하게 깔아뭉개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드 가드>는 편파성이 심하지 않았다.

 

남녀의 다름을 인정하는 동시에, 각 성별의 장점을 최대한 녹여내려고 노력했다.

 

물론 동성애와 억지스러운 상황을 일부러 연출하는 듯한 장면도 있다.

 

하지만 이는 스토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오히려 줄거리의 전개에 있어 윤활유의 역할을 할 뿐이다.

그저 분노를 확대 재생산할 뿐인 영화들이 있다.

 

피해자가 처한 비극을 공감하는 척, 또다른 피해자를 낳으며 새로운 비극을 만든다. 그런 영화는 볼 가치도 없다.

 

오직 가해자만을 양성하는 영화는 사라져야 한다.

 

 

꽤 볼만한 팝콘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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