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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해외영화

[영화리뷰] <스탠 바이 미> - 경험을 통한 성장

 

줄거리

오레곤주의 작은 마을 캐슬록. 섬세한 성격으로 문학에 소질이 있는 고디, 알콜 중독인 아버지 밑에서 갑갑한 생활을 하지만 타고난 리더쉽으로 동네 꼬마들을 지휘하는 크리스, 2차대전의 영웅이었던 아버지를 존경하는 열정의 소년 테디, 착한 꼬마 뚱보 번은 이 마을에서 사는 단짝 친구들이다.   어느 날 번은 패거리들에게 며칠 전 행방불명된 소년의 시체가 저멀리 숲속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만약 시체를 찾아낸다면 마을의 영웅이 되는 것. 네 명의 소년은 호기심과 모험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숲을 향해 여행을 떠나는데..

<스포일러성 리뷰>

영화가 관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은 관객 개개인마다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감독의 의도에 크게 어긋나지는 않으나, 수 많은 관객으로부터 그 수 만큼의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게 되는 것이 영화다. 

주인공 4인방은 아직 발견되지 못한 시체를 찾아 유명해질 계획으로 먼 길을 떠난다.

 

사실 차를 타고서는 몇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네 명의 아이들에게는 크게 다른 거리로 와닿는다. 

 

그 기나긴 여정에서 아이들은 많은 일을 겪는다. 소문 속의 무서운 개가 사실 귀여운 강아지였을 뿐이라는 점을 확인하기도 하고, 담배도 피우고, 캠핑도 하고, 기차와 충돌할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마침내 시체를 목격하기도 한다.

그 모든 과정을 얼마나 본인만의 경험으로 체화하였는지에 대한 여부는 각자의 역량 또는 경험을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변호사가 된 크리스, 훌륭한 작가가 된 고디를 제외한 두 명의 친구들은 그 경험을 통해 체화시킨 성장의 폭이 앞의 두 아이보다 크지 못했던 것이다.

개인적 차이를 차치하더라도, 모든 여정을 끝내고 마을 어귀에 들어선 네 명의 아이들에게는 출발했을 때의 마을보다 훨씬 작아보이는 마을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성장했다. 적분 과정에서 적분상수가 발생하는 것처럼, 적금통장에 원금을 예치하면 이자가 발생하는 것처럼 그들 내면에는 경험으로 쌓인 '어떤 것'이 발생했다. 

 

그 '어떤 것'은 성장이다. 체험(경험)을 통해 그들은 출발할 때의 자신과 다른 자신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은 본인조차 인지하지 못할 만큼 조용히 지나간다. 

영화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찾아보던 도중, 내가 즐겨하는 게임 '포켓몬스터'의 이야기가 <스탠 바이 미>와 연결된다는 정보를 접했다.

 

포켓몬스터 적/녹 버전을 실행할 경우, 시작 시점에서 한 층을 내려오면 TV화면이 보인다. 그 화면에서는 '네 명의 아이가 철도를 걷고 있는 영화가 나온다'라고 말해준다.

 

원작 제작진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포켓몬스터'의 애니메이션 극작가인 슈도 타케시는 '어른이 된 내가 다시는 겪을 수 없는 모험'을 포켓몬스터에서 추구하기 때문에 <스탠 바이 미>라는 영화를 삽입한 것이라고 추측했한다.

인간은 성장함에 따라 주변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 정복하는 과정을 거친다. 

 

지방에서 자라온 나는 어느덧 서울에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나의 활동무대를 넓혔다. 

 

어릴 적 산 밑에 위치한 테니스장과 그 뒷산이 활동반경의 전부였던 나에 비하면 믿을 수 없는 성장이다.

이런 나라고 내 반경의 폭을 차츰차츰 넓히는 작업을 소홀히 해왔으랴. 신이 내게 '번뜩'하고 더 넓은, 깊은, 성숙한 범위에 대한 활용성과 접근성을 선물한 것은 아닐 것이다.

 

버스를 처음 탔을 때는 하차벨을 누르는 법을 몰라 종점까지 갈 뻔 했으며, 서울의 복잡한 지하철에 처음 탔을 때는 방향을 착오하여 멀리 떨어진 다른 동네에 도착하기도 하고, 환승이라는 개념은 너무나 어려웠다.

 

운전대를 처음 잡았을 때는 나같은 운전자가 세상에 던져져도 되는 것인지 걱정스러웠고, 뒤에서 울리는 클락션과 시시각각 바뀌는 도로상황에 너무나 혼란스러워 어쩔 줄 몰라했다. 

 

초코맛 우유를 먹으려고 집에서 제티를 가져가 학교에서 몰래 타먹던 나는, 어느덧 달콤한 음료는 입에도 대지 않고 오히려 쓰디 쓴 커피와 술을 맛있다며 즐기고 있다.

 

순한 맛 라면조차 매워, 고모께서 물에 씻어주신 면발 한 가닥을 먹으면서도 냉수를 들이키던 어린이는, 어느덧 위장에 위험을 줄 정도로 매운 음식조차 안주로 삼는 무감각한 아저씨가 되었다.

포켓몬스터 태초마을

'포켓몬스터'도 이처럼, 옆 동네로 가는 일조차 크나큰 도전과제로 다가오는 아이들의 활동 범위를 잘 포착해낸 것이다.

 

마법을 두른 칼로 용을 무찌르고 인질을 구출하는 영웅전, 외계 세력에 맞서 지구를 지키는 슈퍼히어로물 대신, 정말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있어 유의미한 경험을 시사한다.

 

바로 '개인적 범위의 확장과정'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각색한 롭 라이너 감독의 <스탠 바이 미>는, 개인의 범위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확장되어 오는지, 그 차이는 어떻게 발생하는 것인지에 대해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지정 생존자 시리즈>의 키퍼 선덜랜드의 어린 시절을 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외에도 존 쿠삭, 제리 오코넬의 아역시절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만개하기 전의, 하지만 떡잎부터 다른 리버 피닉스도 볼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꽃이었던 그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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