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세상이 열광하고 버렸던 은반 위의 악녀
미국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킨 토냐 하딩. 괴물 같은 엄마의 가르침에 독기 품고 스케이트를 타는 그녀 앞에 낸시 캐리건이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하고,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위한 선수권 대회에서 ‘낸시 캐리건 폭행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온갖 스캔들의 중심에 서게 된 토냐 하딩은 과연 다시 은반 위에 설 수 있을까?
<스포일러성 리뷰>
이 영화의 배경은 토냐 하딩이 낸시 캐리건을 청부폭행한 사건이다.
토냐 하딩은 김연아 선수보다 20년 일찍 태어난 미국 피겨스케이팅 선수다.
미국 여성 최초로 트리플악셀을 성공했고, 1991년 전미 피겨선수권대회에서 우승, 뮌헨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은메달을 기록했다.
항상 그녀의 옆에는 비슷한 실력이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와 성장배경을 가진 낸시 캐리건이라는 선수가 있었다.
토냐는 좋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랐다고 알려졌으며, 왈가닥스러웠다.
반면, 낸시 캐리건의 이미지는 우아했고 그녀의 가정환경은 화목한 미국가정의 표본이었다.
94년 올림픽을 앞두고, 토냐 하딩은 낸시 캐리건에 대한 폭행을 사주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사건은 거슬러 1994년 1월 6일으로 올라간다. 낸시 캐리건이 괴한에 의해 무릎 위쪽을 둔기로 가격당한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낸시 캐리건은 그 후유증으로 당월 싱글 프리경기는 물론 그 해의 동계올림픽 참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가해자가 토냐 하딩의 경호원이며 그 배후에는 토냐 하딩 본인과 그 전 남편인 제프 길루리가 있다고 보도되었다.
한창 피겨스케이팅이 북미에서 인기를 몰고 있던 판에 토냐와 낸시는 당시 1등을 다투던 여성피겨선수였고, 미국은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때 낸시 캐리건에게서 이름을 따와, 블리자드에서 스타크래프트의 사라 캐리건을 만들었다고 한다.
사건에 대한 재판은 올림픽 이후에 열렸다.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 낸시는 은메달, 토냐는 8위에 그쳤다. 영화에서 다뤘듯이 토냐에게는 스케이트 끈이 풀리는 악재까지 겹친다. 올림픽 폐막 이후 이어진 재판에서 토냐는 피겨스케이팅계에서 영구제명당했으며, 집행유예와 벌금, 사회봉사를 선고 받았다.
이 영화는 토냐 하딩의 불우한 가정환경과, 그것으로 인해 빚어진 그녀의 모난 성격, 그리고 폭력적인 남편으로 인해 이어지는 소동들을 다룬다.
<아이, 토냐>는 토냐 하딩이라는 한 사람의 바이오그래피이다. 예전에 이 사람이 이런 나쁜짓을 했었다고 상기시켜주는 영화다. <콜로니아>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처럼.
더 넓게 본다면 미국의 현실 혹은 경제강국의 이면을 그리는 고발적인 영화다. 가장 잘 사는 나라의 가정이라고 해서, 모두 화목하고 건설적이지는 않다. 이 영화처럼 폭력적인 가정도 굉장히 많을 것이다. 이것은 마치 주제는 다르지만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날카로움과도 그 느낌을 같이한다.
*영화에서 다루지 않는 이야기인데, (화목한 가정으로 대표되던 낸시 캐리건의 가정에서,) 낸시의 오빠가 아버지를 살해했던 일도 있었다.
토냐 하딩은 폭력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다. 폭력을 보고 자란 아이는 폭력을 행사한다는 말처럼, 토냐 하딩 역시 폭력의 피해자로 성장해왔고, 이윽고 폭력의 가해자가 되었다.
<아이, 토냐>의 폭력은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처럼 통쾌한 복수의 폭력도, 어벤져스처럼 방위적 폭력도 아니다.
마치 <조커>의 폭력처럼 어느 쪽에도 긍정적이지 못한 자멸적인 폭력이다.
세상에 좋은 폭력은 없다.
폭력을 견디며 실력으로 정상에 오른 그녀의 끈기에 박수를 보내며, 폭력을 사주한 그녀의 악행에 야유를 쏟겠다.
마고로비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다. 이 작품을 통해 연기의 정점을 찍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곧 개봉할 버즈 오브 프레이에서의 마고로비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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