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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해외영화

[영화리뷰] <덩케르크> 놀란, 생의지를 극찬하다

 

줄거리

"우린 끝까지 싸울 것이다"
살아남는 것이 승리다!

해변: 보이지 않는 적에게 포위된 채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위기의 일주일
바다: 군인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배를 몰고 덩케르크로 항해하는 하루
하늘: 적의 전투기를 공격해 추락시키는 임무, 남은 연료로 비행이 가능한 한 시간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상륙지에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들판에서 싸우고 시가에서도 싸울 것이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스포일러성 리뷰>

 덩케르크는 프랑스 도버해협 해안가에 위치한 도시다. 이 영화는 덩케르크에서 벌어진 '다이나모 철수작전'을 그린다. 

영국 연합군은 9일동안 338,226명의 군사를 성공적으로 철수시켰다.

 

 육군, 해군, 공군의 3가지 시점을 균등 분할하여, 철수작전 중 벌어지는 급박함을 조명했다.

 

살려고 발버둥치는 육군 병사들, 덩케르크에서 구조를 기다리며 일렬로 줄 서있는 연합군 병사들, 연합군 부대를 도와주기 위해 마지막까지 남아 해안을 지킨 볼튼 해군 사령관, 이름모를 병사들을 구하기 위해 자기 보트를 끌고 나온 도슨 선장, 그리고 복귀를 위한 연료까지 소모해가며 적기를 추격하는 공군 파일럿의 장면 등 육해공의 비율을 아주 균등하게 분할해서 관객에게 보여준다.

각 인물들은 각자의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거나, 남의 생존을 위해 힘쓴다. 

 개개인으로서 권리도, 의지도 의심스러운 급박한 상황에서 군집속 부품으로 남겨져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젊은 병사들이 보인다.

 

 그 처절한 생존의 투쟁에서, 인간의 이성을 논하던 근대 유럽대륙의 합리주의와, 인류의 구원을 외치던 그 유일신은 대체 어디로 갔는가.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뭘까 고민했다. 이성적인 인간과 그 사고를 부정하는 극단적 회의가 주제인듯 싶었다. 하지만 결국 회의주의보다는 삶에 대한 맹목적 의지로서 그 주제가 더 빠르게 다가왔다. 

 

 과학을 통해 발전을 울부짖던 이성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어느 순간 그저 공허한 살육의 광기에 사로잡혀 실질적인 의미도 없는 이데올로기라는 허울의 존속과 영광을 위해 현실의 생동하는 의지들을 파괴하고 처참하게 짓밟았다. 

 

 이 영화에서는 다루지 않지만 더욱 비극저인 것은, 늙은이들이 일으킨 전쟁에서 전장에 나가 직접 싸우는 것은 청년이고, 뒤에 숨어 공로를 인정받고 훈장을 거머쥐는 것은 하얗게 머리 벗겨진 노인이라는 점이다. 

 신은 죽었고, 사람은 의지로써 살고자 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생에의 의지를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드러낸다.

<인터스텔라>에서는 가족 단위의 사랑을 전 인류애적 수준으로 확장시켜 표현해냈고,

<다크나이트 시리즈>에서는 선과 악의 구시대적 흑백구분을 넘어서서, 현재를 살아가는 개인 단위의 성찰을 보여줬다.

<인셉션>에서는 현실과 꿈이라는 이분법적인 배경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그 모든 것을 겪는 개개인마다의 生에의 의지와 그 가치매김을 확고히 했다. 

 

 

 <덩케르크>에서는 어떤 상황이라도 생에 대한 맹목적 의지는 올바르지 못한 경우가 없다는 것을 여러 인물을 통해 보여준다.

또한 도슨 선장이나 그 아들 피터로 대변되는, 타인의 생을 보전하려는 이타성또한 개인으로서 시작되는 생에의 의지에 범주가 넓어진 것이다.

 

 

 여차 다르게 해석했다가는 1,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에 창궐한 회의주의와 2차적 외상에 똑같이 사로잡힐 수 있는 주제였다.

하지만 감독은 인간은 살아간다는 것으로서의 최우선적인 존재 가치가 있다고 찬사를 보낸다.

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그들의 생의지를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2차 대전 당시 살고자 했던, 또 살리자 했던 하나하나의 의지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여과없이 보낸다. 

 

 감정이 북받치는 몇 안되는 영화였다.

 We shall not flag or fail. We shall go on to the end. We shall fight in France, we shall fight on the seas and oceans, we shall fight with growing confidence and growing strength in the air, we shall defend our island, whatever the cost may be. We shall fight on the beaches, we shall fight on the landing grounds, we shall fight in the fields and in the streets, we shall fight in the hills, we shall never surrender!

 <윈스턴 처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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