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엄마 ‘로지’(스칼렛 요한슨)와 단둘이 살고 있는 10살 소년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
원하던 독일 소년단에 입단하지만 겁쟁이 토끼라 놀림 받을 뿐이다.
상심한 ‘조조’에게 상상 속 친구 ‘히틀러’(타이카 와이티티)는 유일한 위안이 된다.
‘조조’는 어느 날 우연히 집에 몰래 숨어 있던 미스터리한 소녀 ‘엘사’(토마신 맥켄지)를 발견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 왜 여기에?!
당신을 웃긴 만큼 따뜻하게 안아줄 이야기가 펼쳐진다!
<조조 래빗>은 올해 두 달 동안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았다!
배우와 감독(..)의 연기가 훌륭한 것은 당연하고, 곳곳에 보이는 패러디와 오마쥬들이 위트있었다.
스칼렛 요한슨은 이제는 대체 불가능한 배우고, (본인의 뉴질랜드 억양을 우스꽝스럽게 섞어가며) 히틀러의 연설장면을 패러디하는 와이티티의 표정과 손동작은 문자 그대로 압권.
<스포일러성 리뷰>
배경은 전쟁 상황이지만, <조조 래빗>은 소년 조조의 성장드라마다. 그리고 나치를 다루는 풍자극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나치와 나치즘을 대하는 방식이 다수의 영화와는 다르게, 과격하지 않다는 점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아역의 에이사 버터필드가 주연으로 나왔던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처럼, 전쟁을 겪는 아이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방식이라서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또한, 나치를 비판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타즈: 거친 녀석들>과는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 전혀 달랐다. 후자는 가벼운 표현 방식을 채택했지만 그 본질은 화끈한 복수극에 가깝다. 반면, <조조 래빗>은 화끈하지는 않지만 다른 매력이 있었다.
<조조 래빗>은 검열과 세뇌를 통해 (정작 나치당은 아이들에게 유대인이 세뇌와 마술을 한다고 선전하지만) 국가를 이어가야하는 나치국가의 모래성같음을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풍자한다. 마치 현재 북한 혹은 중국의 상태와 비슷해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클렌젠도르프 대위의 캐릭터를 통해, 나치라고해서 나치당의 모든 사람들이 히틀러나 괴벨스, 또는 게슈타포들처럼 반인륜적인 냉혈한은 아니었다며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들은 전범이다. 그러나 그 중에는 징집되거나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나치에 합류하게 된 사람이 분명 있을것이다. 와이티티 감독은 그렇게 가해자이면서 또 다른 피해자인 그들을 이해하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락방에 숨어지내는 한 유대인 소녀 '엘사'를 이해하고 도우면서, 조조는 주입받아온 흑백논리에서 차츰 벗어나게 된다. 엘사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게 되면서, 예전에 칼을 찌르는 동작이나 연습하던 어린 조조는 성장한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읽기도 하고, 네이선을 연기하기 위해 단어를 고르며 편지를 쓰는 등 한층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된다. (작중에서 조조의 대사 중 '눈꺼풀'이 등장하는데, 릴케의 묘비에 적힌 글귀에서 따온 것처럼 보인다.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그 많은 눈꺼풀 아래 그 누구의 잠도 아닌 기쁨이여")
웨스 앤더슨 감독처럼 강박적인 대칭구조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영화의 부분 부분 보이는 미적인 아름다움도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바깥에 나온 엘사를 죄스럽게 바라보는 조조를 비추는 그 장면이 아이캐처였다.
본인의 신발 끈조차 묶을 줄 모르던 조조가 엘사의 신발끈을 묶어주고, 마지막에 엘사의 소망 그대로 춤을 추는 장면은 사랑스러웠다. 정말 오랜만에, 한 편의 사람냄새나는 작품을 만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영화관에는 평소보다 사람이 없었는데, 어쩐 일인지 <조조 래빗> 상영관에는 사람이 가득 찼다.
이벤트 포스터도 함께 받아왔다!
와이티티 감독의 향후 작품을 응원하며.
ⓒ네이버영화,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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