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페인 앤 글로리> - 한 그루의 고목같은 영화

줄거리

“영화를 못 찍는다면 내 인생은 의미가 없어”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킨 영화감독 ‘살바도르 말로’.
 약해진 몸과 마음으로 활동을 중단한 채 지내고 있다.
 
 그는 32년 만에 자신의 영화를 다시 보게 되고,
 미워했던 주연 배우 ‘알베르토’를 오랜만에 찾아간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와 조우하게 되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되는데..
 
 강렬했던 첫사랑,
 찬란했던 욕망,
 괴로웠던 이별,
 가장 솔직한 거장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스포일러성 리뷰>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페인 앤 글로리>의 살바도르를 통해 노년의 예술인이 가지는 '혼'을 표현하려 한다.  

 

이 영화는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를 넘나들며 진행된다. 

 

어린 살바도르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교육자를 꿈꾸던 총명한 아이였다. 비틀즈와 영화를 좋아하던 그는 결국 훌륭한 영화감독이 된다.

그리고 이 영화는 노년의 살바도르를 비추며 그 중간단계를 모두 건너뛴 채 시작한다.

 

기록원에 의해 리마스터링 될 정도의 좋은 작품을 만들어오던 살바도르는 나이가 들면서 아파오는 몸, 그리고 약에 의존하게 되는 노쇠한 의지력때문에 더 이상 메가폰을 잡을 수 없다.

 

약(Medicine)과 약(Drug)에 모두 의존하는 그의 신체상태.

감독은 살바도르 인생의 전성기를 보여주지 않는다. 황혼의 나이에 돌이켜 생각해보는 본인의 황금기, 이런 것은 <페인 앤 글로리>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다른 작품과 이 작품의 차이점이라고 생각된다.

 

보통의 작품은 찬란한 과거와 병약한 현재의 대비, 혹은 가난한 과거와 성공한 현재의 대비를 통해 주제의식을 드러내려고 하겠지만, 오히려 <페인 앤 글로리>는 현재를 고스란히 담는다.

 

살바도르는 마치 그 모든 것을 겪어낸 한 그루의 고목처럼 느껴진다.

과거부터 겪어온 모든 일을 통해 현재의 자신이 서 있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예전만큼의 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예전부터 해오던 일에 대한 그리움과 열정은 노년이라고 해서 결코 식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는 예전의 사랑, 예전의 동료, 예전의 성격, 예전의 사고방식에서 수 걸음은 더 앞질러 가있었다.

 

격정보다는 차분함의 정서가 그의 내면을 대체한다. 하지만 그의 예술혼은 여전히 강했다.

 

목에 칼이 들어올 상황에서도, 작품을 새로 쓰고 있다는 사실이 가져다주는 벅차오름이 그를 지배한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 처럼, 예술이 생활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생활이 예술을 모방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회상 장면마다, 그리고 작은 반전 격으로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엄마 역의 페넬로페 크루즈. 정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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