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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해외영화

[영화리뷰] <작은 아씨들> - 서정적으로 시각화하고 선명하게 지각하다

줄거리

Dear women
그해 겨울, 사랑스러운 자매들을 만났다

배우가 되고 싶은 첫째 메그(엠마 왓슨)
작가가 되고 싶은 둘째 조(시얼샤 로넌)
음악가가 되고 싶은 셋째 베스(엘리자 스캔런)
화가가 되고 싶은 막내 에이미(플로렌스 퓨)
이웃집 소년 로리(티모시 샬라메)는 네 자매를 우연히 알게되고
각기 다른 개성의 네 자매들과 인연을 쌓아간다.
 
7년 후, 어른이 된 그들에겐 각기 다른 숙제가 놓이게 되는데…

전작 <레이디 버드>에서 호흡을 맞춘 그레타 거윅 감독과 티모시 샬라메, 시얼샤 로넌이 다시 한 번 합을 맞춘다.

 

<어톤먼트>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시얼샤 로넌은 <작은 아씨들>에서 '조(조세핀)'을 풍부하게 그려낸다.

<어톤먼트>에서의 시얼샤 로넌

 

엠마왓슨은 전작 <미녀와 야수>에서 대체 불가능한 비주얼을, <콜로니아>에서 헌신적인 연기를, 그리고 <작은 아씨들>에서는 어느덧 베테랑이 된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며 활약한다.

 

에이미 역의 플로렌스 퓨, 그리고 아카데미 2020 여우조연상에 빛나는 로라 던은 작중 내내 윤활유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티모시 샬라메는 환상적이었다.

<스포일러성 리뷰>

<오만과 편견>, <안나 카레니나>, <어톤먼트>.

 

시대극을 말할 때면 이 영화들을 찍은 조 라이트 감독이 먼저 떠오른다. 

조 라이트 감독 <오만과 편견>의 Liz 역, 키이라 나이틀리

이번 <작은 아씨들>은, 위의 조 라이트 감독의 영화들에 비해 결코 부족한 점이 없는 훌륭한 영화다.

 

<우리의 20세기 (=20세기 여인들)>에서 처음 만나본 그레타 거윅은 감독으로서 성장이 매우 놀랍다.

 

<레이디 버드>에서 첫 메가폰을 잡으며 본인의 포텐셜을 보여주었고, <작은 아씨들>에서 터뜨렸다. 

 

<결혼 이야기> 노아 바움백 감독의 연인이기도 한 그녀는, 현재 가장 떠오르는 할리우드 여성감독이다.

<작은 아씨들>에서는 특히 햇빛을 사용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햇빛을 사용한 영화는 굉장히 많다.

 

워낙 유명한 봉준호의 <마더>에서 마지막 관광버스 장면, 이창동의 <밀양>에서 수 많은 장면들, 혹은 우디 앨런의 <카페 소사이어티>에서도 햇빛이 주는 분위기를 사용한 기억이 난다.

우디 앨런의 <카페 소사이어티> 포스터

석양이 지는 그 순간, 따뜻하면서도 차분한 햇발이 근대적 분위기를 뽐내는 소박한 가정집으로 들어온다.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햇발은 인물을 통과하지 못하며 명암을 만들어낸다.

 

이로인해 인물은 더 서정적으로 변하고, 햇빛 그 자체도 포근하고 안정적인 미국 가정집의 느낌을 준다.

 

햇빛의 활용이 너무나 안락해서, 영화가 아닌 한 편의 서정시를 보는 듯했다.

그리고 그레타 거윅의 작품답게, 또 다른 주안점이 정확히 드러난다.

 

<작은 아씨들>은 '조'의 대사를 빌려 근대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단순한 비판에 그치지않고, 성평등에 대해 현재까지 관통할 수 있는 질문과 대답의 장을 제공한다.

남성을 악으로 규정하여 무조건적으로 공격함으로써 여성인권의 신장을 이뤄내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영화들이 있다.

 

그런 영화들과는 달리, <작은 아씨들>은 당시 어떤 점에서 남녀간 불평등이 있었는지를 조목조목 이야기한다.

 

그 면도날같은 날카로움은 과거(또는 현재) 기득권의 남성들에게 현재에도 통용되는 일침을 가한다.

19세기 중엽에 나온 소설이니만큼, 독자와 관객은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여 컨텐츠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레타 거윅은 독자로서의 이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녀는 영화로의 각색을 통해, 현대의 수준에서 시사점을 던질 수 있을 정도의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 냈다.

티모시(로리)와 시얼샤(조)가 들판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장면의 광경은 자연과 인물이 모두 장관에 가깝다.

 

원작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이 실제 생활하던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에서 대부분의 촬영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작은 아씨들>은 모든걸 떠나, 시각적인 수준에서 너무나 황홀한 영화다.

 

(할리퀸 단독영화를 만든 DC 제작진도 이 영화를 봤으면 한다. '황홀'하다는 것은 이런 영화에 쓰는 것이다.) 

<작은 아씨들>은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음악상, 의상상 총 6개 주요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의상상을 수상했다. 외에도 여러 영화제에서 55개의 수상과 178개의 노미네이트를 거머쥔 훌륭한 영화다.

 

Alexandre Desplat의 ost는 말괄량이같고 순수하면서도 진실된 작은 아씨들의 느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감독과 배우들의 차기작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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