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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해외영화

[영화리뷰] <그린북> - 코로나바이러스, 동양인 차별, 그들에게 권하는 영화.

 

줄거리

언제 어디서든 바른 생활! 완벽한 천재 뮤지션 ‘돈 셜리’
원칙보다 반칙! 다혈질 운전사 ‘토니’
취향도, 성격도 완벽히 다른 두 남자의 특별한 우정이 시작된다!

<스포일러 있음>

미국 내 가장 뿌리깊은 갈등, 인종차별을 다루는 영화다.

 

쉽게 풀자면 이 영화는 얼핏보기에는 50년대에 상류층 흑인을 돕는 중산층 백인의 이야기다. 

 

좀 더 들어가보면 흑인과 이민자 백인, 두 사회적 약자가 사회의 부조리와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Green Book은 유색인종을 위한 미국 남부 여행관련 책자다.

한국인으로서 흑인-백인의 인종차별은 몸으로 와닿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미국 중부 내륙에 있었을 때도, 돈을 쓰는 입장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인종차별은 당한 적이 거의 없었다.

 

Racial Segregation도 더 이상 없었고, 그 때는 이미 중임을 하는 흑인 대통령을 배출한 국가였다.

나는 배우라는 직업의 가장 큰 장점, 그리고 영화라는 매체가 가지는 최고의 장점은 간접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기생충>에 앞서, 2019 아카데미의 작품상을 수상한 <그린 북>은 1950년대의 인종차별을 체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Donald Walbridge Shirley는 1927년 플로리다에서 태어난 피아니스트다.

 

50~60년대의 관점에서, 그의 음악은 '흑인 음악'인 재즈와 '백인 음악'인 클래식을 합치려는 시도 그 자체였다.

 

2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천재적인 피아니스트였다. 러시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조차 그를 추켜세웠다.

 

그는 심장질환으로 2013년 사망하기 전까지, 스무여개의 작품을 냈다.

 

그리고 토니 발레롱가는 미국 배우 겸 작가이며, 펜실베니아 출생의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다.

 

이들의 미국남부 투어를 계기로 영화는 시작된다.

유색인종을 향한 20세기의 미국 남부의 인종차별은 <노예 12년>등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져 왔다.

 

사실 <노예 12년>의 핵심은 인종차별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것이라고 느껴진다. 

 

반면 <그린 북>은 당시의 인종차별과 흑인-백인의 초점 차이를 더 깊게 묘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린 북>이 가진 독특한 차별성이 있다.

 

바로, 먼 거리 여행으로부터 쌓아지는 우정을 통해 인종에 관계없이 그들은 모두 하나의 인간임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그리고 돈 셜리라는 사람 그 자체가 가지는 '시대적 차원에서의 부조화'가 주는 범인류적 해석이 가능하다.

 

그는 경제적으로 상류층에 속한 흑인으로, 중하층에 속한 백인을 고용한다.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상류층에 속하여, 마치 중세 유럽의 귀족처럼 보인다.

 

품격있는 말투와 글솜씨, 그리고 생활면에서 품위가 있다. <겟 아웃>의 '키스 스탠필드'와 유사하게 보이기도 한다.

 

시대적으로 인종차별이 지배적인 시점에서 그것에 균열을 가할만한 이 흑인의 품위는, 그것만으로도 인종에 관계없이 인간이라면 세상의 모든 가치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 술집인 '오렌지 버드'에서, 셜리의 관객과 합주자의 구성멤버가 모두 백인에서 흑인으로바뀐다. 

 

턱시도를 입은 상류층 백인의 관객도, 뱀같은 독일인 첼로리스트도 모두 백인만의 레스토랑에 있다.

 

흑인의 향토적 분위기를 가진 오렌지 버드에서, 셜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모두가 만족스러운 밤을 보낸다.

 

그런데 이렇게만 놓고 보면, '색깔대로 놀고 색깔대로 살아라'는 인종차별적인 메시지를 남기는 영화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자리를 만들어 주고, 분위기를 만들고, 지켜봐준 최고의 관객이자 관리자는 다름아닌 백인 토니였다.

 

그들은 만들어 낸 문화가 이미 다르고, 선천적인 취향도 두 인종은 이미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종 간 '교류'를 통해, 그 간격을 좁히거나 어쩌면 그들의 정신적 동화도 이끌어낼 수 있다.

셜리의 연주장면은 '오렌지 버드'에서만 유일하게 시작과 끝을 보여준다.

 

유일하게 흑인관중이 그의 음악을 즐기는 순간이고, 셜리도 가장 만족스럽게 연주를 끝마친다.

 

그리고 그가 연주하는 피아노 위에 있던 위스키 잔은 (그의 선택에 의해) 원래 없던 것처럼 내려놓아진다.

 

다시 말해, 돈 셜리는 전형적인 흑인음악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흑인음악과는 결이 다른 음악을 했음에도 관객인 흑인들은 그것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이 되며, 즐기려는 의지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오렌지 버드는 디즈니의 캐릭터로, 플로리다 주의 농업 조합을 대표하는 마스코트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리고 셜리의 출생지는 플로리다 주이다.

인종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영화 속 셜리의 대사처럼,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한다. 

 

흑인 출신의 Dr.셜리, 백인이지만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의 토니는 사회적 약자라는 점에서 비슷하고, 인종적인 차이에서는 크게 다르다.

 

스콜세지 감독이나 알 파치노같은 그 시대의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은, 이민자 혹은 이민자의 자식으로서 꽤나 고생을 많이 한 세대다. 이 영화는 마치 그 두 집단에게 보내는 헌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충분히 백인일 수 없는 백인과, 충분히 흑인일 수 없는 흑인의 이 우정 이야기는, 현재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화되고 있는 서구권에서 다시 주목받았으면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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