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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국내영화

[영화리뷰] <공동경비구역 JSA> - 보편성을 공유한다는 것.

줄거리

비무장지대 수색 중 지뢰를 밟아 대열에서 낙오된 이수혁 병장은 북한군 중사 오경필과 전사 정우진의 도움으로 다행히 목숨을 건진다. 이를 계기로 그들은 친해졌고 이수혁 병장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그들을 만나러 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이 만나는 장면을 북한군에게 들키고 친형제처럼 친하게 지내던 그들은 서로 총부리를 겨눈다. 그리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북한 초소에서 총성이 울린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중립국 감독위원회 소속의 한국계 스위스인 소피 장 소령이 파견된다. 그녀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그들을 만나는데...

<스포일러성 리뷰>

요즘 영화 리뷰가 뜸하다. 넷플릭스 미드에 빠져 있었다. <지정생존자>를 허겁지겁 해치우고, 한숨 돌릴 겸 영화를 틀었다. 보려고 체크해 둔 영화 중, <공동경비구역 JSA>가 제일 첫 줄에 떴다.

사실 한국 영화를 별로 즐기지 않아왔다. 어느 순간, 영화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자국영화를 외면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국 영화와 더 친해져야 할 것 같았다.

거두절미하고, 이번이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이후 박찬욱 작품에대한 두 번째 리뷰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유명하지 않던 박찬욱 감독을 재탄생시켰다. 그리고 드라마 배우였던 이병헌을 소생시키고, 송강호를 국민 배우의 반열로 도약시켰다. 모든 부분에서 이영애의 영어연기를 제외하고는 흠 잡을 곳이 없다.

여담인데, 판문점에서 근무하는 남북한 병사가 접촉한다는 것이 너무나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원작인 <DMZ>는 '오늘의 작가상' 후보에서 최종 탈락한다. 하지만 군필자로서, 왜일까, 현실에서 저런 만남이 너무나 가능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군대라는 곳은 알 수 없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는 하는 곳이니까.

이 작품은 북한=혐오스러운 적으로 교육받았던 반공의 시대를 보여준다. 그 시대는 북한과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을 교육한다. 그런 와중에, 이데올로기와 조직갈등의 최전선격인 작은 초소에서는 인간과 인간, 한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민족끼리의 애정이 움트고 있었다.

줄거리는 '김훈 중위 사건'을 따라가는 골격을 가진다. 그러는 동시에 체제와 조직체계가 만들어내는 비극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이병헌의 울부짖음과 송강호의 흡연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민족애와 우정을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그것에 선행되어야하는 '이념'이 있음으로 인해 한낱 개개인이 겪어야 하는 참담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김훈 작가가 쓴 구절이 떠오른다. "보편적 죽음이 개별적 죽음을 설명하거나 위로하지 못한다"

사람이라면 보편적인 무엇인가를 서로 공유한다. 그 무엇은, 다른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될 수 있다.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는 더 '구체화된' 보편성이 공유된다. 결국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만, 비슷한 사람끼리는 더 똑같지 않을까. 

그것은 이영애가 연기한 소피 중령과 스웨덴 장교에게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반면, 북한 장교와 남한 병사가 주고받는 감정과 대화는 '우리는 하나였다'는 명제 아래 그 크기가 성장한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보면, 부모는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보유한 자식에게 애정과 관심을 더 많이 쏟는다고 한다. 남의 아이보다는 친인척의 아이가 더 소중하게 다가오는 이유인 셈이다. 이것을 유전자에서 국가까지, 범위를 확장시켜볼 수 있다.

나는 일본어와 한국어에서 가방이라는 단어가 똑같다고 배웠을 때 일본에 대해 동질감을 느꼈다. 엄마와 아빠라는 단어가 인도의 어느 지역에서 마치 한국어와 똑같은 발음&의미로 쓰인다는 소식에서 반가움을 느꼈다. 베트남 찌아찌아족의 언어를 한국어로 채택했다는 소식을 듣고 거부할 수 없는 자랑스러움과 고마움을 느꼈다. 

그런데 정작 나는, 북한 사람들이 우리랑 같은 문화와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아왔다.

그 보편성을 다른 나라, 다른 민족에게서 아주 작은 양을 찾았을 때 그렇게 뿌듯하고 기뻐했으면서, 더 구체화된 보편성을 내 바로 위에 있는 나라, 민족, 사람들이 가지고 있음에도 오히려 외면하고 무시하고 있었다.

*(북한정부와 북한군이 아닌 북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북한이 우리와 공유하는 보편성을 무시하려고 해온 까닭의 기저에는, 내 의지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하도록 교육을 받아왔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Truth stands the test of time. 우리가 같은 뿌리와 문화를 공유하는 민족이라는 사실이 그 모든 장벽을 넘어 시간의 시험을 끝마치고 당연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