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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국내영화

[영화리뷰] <접속> - 폴라로이드 카메라처럼.

줄거리

언젠가 만날 것 같은 사랑!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PD인 동현(한석규)에게 옛 애인으로부터 낡은 음반이 보내져 오고, 바로 그날 '여인 2'라는 ID로부터 그 음반의 신청곡이 접수된다. 동현은 '여인2'에게 그 음악의 신청 동기를 묻는 이메일을 보낸다. 옛애인이 신청한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가진다. 그러나 ID '여인 2'의 주인공 수현(전도연)은 동현의 옛애인이 아닌, 가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속을 태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우연한 계기로 통신상에서 알게 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충실한 조언을 해주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동현의 제안으로 극장 앞에서 첫만남을 갖기로 했던 날, 동현은 옛 애인의 사망소식을 접하게 되는데...

<스포일러성 리뷰>

 K-Pop의 선전과 한류 드라마 및 예능의 호황은 2020년의 한국을 문화 강국으로 발돋움하도록 이끌어왔다. 

그에 앞서, 오늘날의 문화강국을 이끈 배경에는 90년대 한국의 문화적 황금기가 있을 것이다.

<접속>에서는 채팅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두 남녀가 솔직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인연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그 인연의 바탕에는 기다림이 선행된다.

실시간으로 상대방이 채팅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쪽지를 보내면 읽었는지 안읽었는지도 알 수 없다.

피카디리 극장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현처럼, 영혜를 6년간 기다리던 동현처럼 그저 기다릴 뿐이다.

현대인들은 시간을 지배하려 노력하고 간섭하려 한다.

Punctuality가 서비스의 신뢰성을 좌우하고, 고객은 무조건 더 빠른 속도에 열광한다. 

기술적 진보는 환영받아 마땅하나, 기술적 진보가 문화적 진보를 필히 동반하지는 않는다.

느린 열차에서 먹던 음식과 밖으로 보이던 대전역은 잊혀져 갈 뿐이다.

문자 한 통마다 그 의미를 축약하고 단어를 고르던 습관은 이제 좀처럼 보기가 힘들다.

<접속>은 지금처럼 카카오톡을 읽은 사람 숫자가 사라지는 것에 신경을 쓰고, 초 단위의 느림과 빠름에 의미를 부여하는 현대인이 겪지 못했던 기다림의 아름다움을 그린다.

수현 역의 전도현은,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특유의 흐릿함때문에 좋다고 말한다.

무엇이든 최고화질로, 최대한 선명하게 그려내는 지금의 DSLR카메라도 물론 훌륭하지만, 사람들은 그 특유의 흐릿함, 즉 예전의 기술적 부족함으로 인한 불명확성을 아직도 즐긴다.

사람들 앞에서 발가벗겨진 느낌이 좋을 사람이 있을까. 사람은 자신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을 꺼린다. 

폴라로이드 카메라, 지금의 카메라 필터 앱들은 모두 사람들의 이런 부끄러움을 잡아내고 있는 것이다.

생각없이 쓰는 댓글, 홧김에 보낸 카카오톡, 모두 너무 빠른 속도가 가져다준 부작용이 아닐까.

사람들이 말과 생각을 너무 함부로 하게 된 이유도 속도의 발전과 비례하는 것 같다.

'A Lover's Concerto'의 가사처럼, 사람들 모두가 무언가에 쫓기는 일 없이 느긋하고 평화롭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