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해외영화

[영화리뷰] <뷰티풀 보이> - 동일시의 실패

줄거리

내 삶의 빛, 나의 모든 것
나의 아름다운 소년아, 눈부신 그때로 돌아와줘

“아름다운 소년이 있었어. 불행히도 소년은 끔찍한 병에 걸렸어”
 열렬한 독서가이자 재능 있는 예술가, 운동을 좋아하는 모범생 닉.
 12살 때 손을 댄 약물에 어느새 중독자가 되었다
 
 “다행히도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어”
 아들의 중독이 자기 때문이 아닐까 자책하던 데이비드.
 눈물 흘리며 포기하는 대신, 세상의 전부이자 모든 것인 닉의 손을 끝까지 붙잡는데…

<스포일러성 리뷰>

주인공 닉 셰프 (Nic Sheff)는 실존인물이다.

198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으며 영화처럼 실제로도 데이비드 셰프, 비키 셰프가 부모님이다.

극중 티모시 샬라메가 닉 역할을 맡았다.

 

아버지 데이비드 셰프(David Sheff)는 미국 보스턴 출신의 작가다. 아버지로서 보는 아들 닉의 약물중독과 그 치료과정를 다룬 책 <Beautiful Boy: A Father's Journey Through His Son's Addiction>Entertainment Weekly에서 올해의 Non-fiction 도서로 지목되었다. 극중에서는 스티브 카렐이 데이비드로 등장한다.

 

제목 <뷰티풀 보이>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바라본 아들이다.

 

어느 순간 아름다운 소년은 약물에 중독되고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아진다. 아들이 어디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아버지는 경찰, 언론에 아들을 제보한다. 주위사람들에게 한풀이를 하기도 하고, 스스로도 아들을 찾아다니고, 집으로 데려와 달래고, 약을 끊게하려고 노력한다. 

줄거리는 이처럼 굉장히 단순하다. 행복한 과거 - 아들의 약물중독 - 부모의 노력 - 아들 정상화 - 또 다시 약물 복용 - 부모의 노력 - 아들 정상화 (그래서 영화에서 '재발'은 치료의 과정이라고 하는 듯 하다.)

 

등장인물은? 영화에서는 아버지와 아들 두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멀티를 한 셈인데, 둘 다 잡으려다 모두 놓친 느낌이 든다. 관객으로서는 어느 한 쪽의 캐릭터에도 감정이입하기 어려웠다. 카메라가 아버지를 관조하고 아들을 관찰하는 3인칭 시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3인칭 시점을 사용하다보니 객관성을 가지고 갔으나 몰입감에서 크게 부족해진다. 무슨 느낌이냐하면, 약을 끊으면 또 시작하고 끊으면 또 시작하고를 반복, "마약이 이렇게 끊기 힘들어요". 라고 캠페인성 교훈을 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온 느낌.

 

스티브 카렐은 훌륭한 배우다. 아버지로서의 책임감과 허무함, 아들을 잃을 것이라는 걱정에서 오는 두려움, 간절함,실망감과 처절함을 잘 표현했지만, 연출은 슬퍼하는 아버지를 관찰할 뿐, 그 이상의 내면화는 없다. 

 

하지만 극장에 찾아가서 실망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오히려 3인칭 시점에서 오는 그 덤덤함이, 마약에서 비롯된 황폐함을 더 극대화시키는 효과는 있는 듯하다. 

관객은 영화의 인물에 동일시(同一視)를 겪으며 감정이입을 한다.

 

영화는 이 동일시를 잘 이용한다. 정작 관객은 보면서 모르는 영화적 장치들을 곳곳에 설치해둔다. 그리고 관객들 마음속에 감정의 층계를 쌓는다.

 

그러다 그 층이 높이 쌓였을 때, 영화는 클라이막스로 치닫는다.

 

그곳에서 생기는 갈등과 그 갈등의 해소가 관객들을 수축/이완시키며 그들을 들었다 놨다하게 되는 것이다.

<뷰티풀 보이>는 이 동일시를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했다.

 

관람하면서, 나는 아들보다 아버지에 동일시가 된 것 같다. 하지만 그 동일시가 3인칭 시점으로 인해 유의미하게 성장하지는 못했다.

 

감정의 층계가 쌓이지 않았던 나는 영화가 절정에 이르러 닉의 재일탈을 보고도 가슴아파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음악이 생각보다 강렬했고 생각보다 씨끄러웠고, 생각보다 자주 흘러나왔다. 안그래도 관객이 등장인물에 집중하기 어려운데 음악은 그 조금이나마 있던 집중도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냈다.

 

 

티모시는 <레이디 버드>에서 책 읽으면서 말보로레드를 필 때가 가장 섹시하다.

 

ⓒ네이버영화, TM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