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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해외영화

[영화리뷰] <예스터데이> - 반쪽짜리 '리미트리스'

 

줄거리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선택의 순간이 당신에게도 찾아온다면?

하루하루 힘겹게 음악을 하던 무명 뮤지션 잭.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순간, 전세계가 동시에 정전이 된다!
 다음 날 세상에선 비틀즈가 사라지고, 오직 잭만이 그들의 음악을 기억하게 된다.
 특별한 기회를 만난 잭은 세계적인 스타가 될 운명에 섰는데…

<스포일러성 리뷰>

<보헤미안 랩소디>가 성공신화를 쓴지 거의 한 해가 되어간다.

그 이후 <로켓맨>이 등장했다. 라이브에이드 공연때 프레디 머큐리와 비슷한 실루엣의 인물을 포스터에 넣으며 이목을 끌었다. 엘튼 존을 등에 업었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이번에는 은하계 최고의 밴드, 비틀즈를 노래한다.

 

'나빼고 비틀즈를 모두 모른다!'라는 황당한 줄거리가 오히려 이목을 끌었다.

 

게다가 노래는, 그저 틀어만 놓는다면 성공은 보장되는 '비틀즈'의 노래다.

 

이도저도 아닌 <로켓맨>보다는 신선함과 확실함을 무기로 앞선에서 출발한 셈이다.

우선 이 영화는 PC(Political Correct)를 추구하는 듯 보인다.

 

요즘 외국영화들의 제작 추세인만큼 <예스터데이>도 의미있는 이 트렌드에 동참했다.

 

무려 영국의 상징인 비틀즈를 노래하는 영화에 뜬금없이 인도계 배우를 메인에 세우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원래 PC는 캐스팅에서 좀 뜬금없다.

 

하지만 PC를 추구한다는 영화답지 않게, 릴리제임스의 캐릭터는 여전히 고전적인 여성상에 머물러있었고, 작중 인물의 판단력과 지혜로움은 중학생 수준.

 

그저 주인공의 미래에 도움안되는 예쁘기만한 인형에 불과하다. 

사실 노래하는 영화니까 저런건 아무래도 좋다. 그러다면 메인 이벤트인 노래는?

 

일단 비틀즈를 틀었으니 여기에 딴지를 거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는데, 아쉬운 점은 이 영화의 제목으로 뽑은 Yesterday가 제대로 조명되지 않아 그렇게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게다가 비틀즈의 메인 곡이라고 부를 수 있는 Yellow submarine이나 Let it be는 단 한 번 나왔는데, 그것조차 완곡하지 않았다. 

 

존 레논은 굉장히 개연성 떨어지는 출연이었다. 임팩트 없이 자기 이야기나 늘어놓는 백발 노인에 불과하다. 비틀즈가 아닌 채 살아온 존에게서는 과거의 찬란함도 노년의 지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애드 시런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이 영화는 비틀즈 영화라기보다는 애드시런 영화다.

 

비틀즈의 전설적인 인기는 오히려 영화에서 애드 시런이 물려받았다.

 

현재 영국의 최고 가수는 애드 시런이다! 라는 국뽕광고를 2시간 본 느낌.

나는 이 영화를 반쪽짜리 음악영화판 <리미트리스>라고 표현하고 싶다.

 

<리미트리스>의 브래들리 쿠퍼는 뇌를 100%사용하게 하는 약을 먹는다.

이후, 두뇌를 극한까지 사용하며 정상적 인간의 범주 밖의 일을 척척 해낸다.

우리는 그 광경을 보며 쉽게 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 해주는 그에게 대리만족을 느낀다.

악당을 물리치거나 지구를 지키는, 비장하면서도 멋진 일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이건 치타우리족을 물리치는 어벤져스를 볼 때와는 다른 전율이 돋는다. 쇼파에 누운 채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마약인 셈이다.

 

<예스터데이>의 잭 말릭은 비틀즈를 노래한다. 비틀즈는 지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밴드로 인식되지 않는가? 그런 비틀즈를 세상에서 본인만 알고있고, 마침 본인은 음악가다!

이것은 마치 자고 일어나자 임요환의 스타크래프트 실력을 가지게 되었다든지, 메시의 축구실력이나 조던의 농구실력을 가지게 되었다든지, 25개 국어를 물 흐르듯 하게 되었다든지와 같은 꿈 같은 일이다.

<리미트리스>의 줄거리 토대와 같은 선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리미트리스>는 그 약효로 얻은 모든것을 끝까지 유지하기위해 노력한다. 도덕성따위는 필요없다. 오로지 만족감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달리는 향락주의 정신이다.

그렇지만 오히려 한 우물만 파는 일관성에서 <리미트리스>는 꽤 만족스러운 영화다.

하지만 <예스터데이>는 다르다. <리미트리스>적인 요소를 에이밍한 채 관객에게 접근하고서는 마치 전래동화처럼 "거짓말 하면 못 써!"라는 교훈을 주려고 한 채 끝낸다.

 

비틀즈의 노래는 역시 훌륭했다. 피아노로 치는 렛잇비 도입부에서 이미 웃고 있었다. 게다가 잭 말릭은 노래를 꽤 잘하는 편이었다.

릴리 제임스는 굉장히 아름답다. 말릭이 비틀즈 행세를 하는 짜릿함과 대리만족감이 중반까지는 쫄깃하게 이어졌다.

그리고 노란 잠수함을 들고 나타나는 노부부의 등장은 서스펜스를 불러일으키는 소재로서 중반까지는 훌륭하게 활용되었다. 

 

결과적으로 그 세 가지를 잘 섞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결국 비틀즈 노래 제외하면 남는게 없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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